2027년 본예산 원점 재검토…특별회계·기금·공공기관 재원까지 들여다본다
AI 시대 세입·세제 개편·지방재정제도 개선 등 4대 핵심과제 추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상황에 대해 ‘비상’을 선언한 가운데 경기도가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지방재정제도 개편 등을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특히 경기도는 2027년 본예산 사업을 가용재원 범위 내에서 원점 재검토하고 특별회계와 기금, 공공기관 재원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만 일률적인 예산 삭감 대신 사업별 ‘핀셋 조정’을 통해 민생·안전 사업은 보호하고, 현재 준비 중인 감액 추가경정예산도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올해 4분기에 필요한 민생예산을 확보하는 ‘민생 추경’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추미애 지사의 재정 비상 상황 선언과 특별지시에 따라 ‘재정위기 극복 전략 전담조직(TF)’을 구성하고 지난 10일 경기도청에서 주형철 경제부지사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단기적인 세출 구조조정부터 중장기 세입 확충과 지방재정제도 개혁까지 경기도 재정 정상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이달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2027년 본예산 원점 재검토…“민생·안전은 지킨다”
경기도가 제시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4대 핵심과제는 △강력한 사업·재정 구조조정 △AI 시대 세입 확충 △연대와 협력 강화 △전 구성원의 자발적 절감이다.
가장 먼저 강력한 사업·재정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경기도는 2027년 본예산을 가용재원 범위 내에서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시·군, 민간이 담당해야 할 사업과 경기도가 해야 할 사업을 다시 구분해 도의 재정투입 필요성과 사업 우선순위를 살펴볼 계획이다.
일반회계 사업뿐 아니라 특별회계와 각종 기금, 공공기관 재원도 검토 대상에 포함한다.
그러나 모든 사업의 예산을 일정 비율로 줄이는 방식의 일괄 삭감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사업별 필요성과 효과 등을 따지는 ‘핀셋 조정’을 통해 민생과 안전 관련 사업을 보호하고 사업방식을 혁신해 재정지출을 줄이더라도 공공서비스 수준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감액 추경 추진…“깎기 위한 추경 아니라 채우기 위한 민생 추경”
경기도는 올해 예산에 대해서도 감액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주형철 경제부지사는 “현재 부서에서 의회에 제출할 감액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것은 단순한 지출 축소가 아니라 4분기에 미처 담지 못한 민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민생 추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깎기 위한 추경이 아니라, 채우기 위한 추경이 되어야 한다”며 관련 실·국에 민생과 안전 분야를 지키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결국 집행 필요성이 낮거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에서 예산을 줄이고 이를 올해 남은 기간 필요한 민생·안전 사업에 재배분하겠다는 취지다.
AI 시대 세입 확충…국가사무 지방 이양 때 “재정도 함께”
세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재정위기를 넘기지 않고 세입구조 자체를 손보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기도는 ‘AI 시대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고 새로운 세입원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래 성장을 위해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할 사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 간 사무·재정 배분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국가사무를 지방정부에 이양할 경우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도 함께 넘겨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추가 세원 발굴에도 나선다.
올해 안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입 재원을 다시 추계하는 작업도 실행과제에 포함됐다.
31개 시·군·다른 광역지자체와 연대…정부·국회에 제도개편 요구
경기도는 현재의 재정 문제를 경기도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지방재정제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도내 31개 시·군은 물론 경기도와 비슷한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광역지자체들과 연대해 정부와 국회에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기도의회와도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재정위기 대응과 제도개선 진행 상황을 도민들에게 공개한다.
주형철 부지사는 “위기를 극복하는 두 갈래 해법은 낡은 지방재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과 당면한 문제를 예산 구조조정으로 돌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는 곧 개혁의 최적기로 도청과 산하기관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을 때 이 엄중한 재정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청·공공기관에도 자발적 예산절감 요구
네 번째 과제는 공직사회 내부의 자발적인 예산절감이다.
도청과 산하 공공기관 구성원 모두를 재정운영의 주체로 보고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낭비 요인을 찾아 없애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민생과 미래투자 분야에 적기에 투입하도록 도와 공공기관의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위기 극복 전략 TF는 주형철 경제부지사가 단장을 맡고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실·국장과 외부 전문가 자문단 등 모두 50명이 참여한다.
TF는 △세출 △세입·세제개편 △소통·홍보 △대외협력 등 4개 분과로 운영되며 이달 말까지 경기도 재정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정 비상’ 선언 이후 실제 무엇을 줄일지가 관건
경기도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세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날 발표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의 예산을 얼마나 줄일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2027년 본예산을 ‘원점 재검토’하고 감액 추경까지 추진하기로 한 만큼 향후 구조조정 대상 사업과 규모가 공개되면 민생·안전 분야를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했는지가 이번 대책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도가 제시한 국가-지방 간 재정배분 구조 개편과 새로운 세원 발굴은 경기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제도개선 사항도 포함하고 있어 정부·국회 및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결과도 주목된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