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SK하이닉스 공업용수 시운전·원수 방류계획에 안성시도 ‘보류 요청’
SK 환경영향평가 당초 고삼저수지 7.5㎞ 바이패스 선정…“고삼저수지 환경영향 원천 해소”
추미애 지사도 10일 “고삼저수지 방류 기준 등 환경영향평가 더 엄격하게” 두 번째 행정지도
이관호 농민회장 “안성시민 죽을 때까지 끝까지 반대할 것”
“원수든 폐수든 안성 쪽으로 버리지 말라.”
[속보]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오·폐수의 안성 고삼저수지 방류를 반대해 온 안성 농민과 이·통장들이 이번에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용인시청을 직접 찾아가 방류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오는 14일 예정된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SK하이닉스) 공업용수 시운전 및 원수 방류계획’에 대해 안성시가 보류를 요청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데 이어, 안성농민회와 안성시이통장협의회도 “원수든 폐수든 안성으로 보내는 것은 안 된다”며 방류계통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성시이통장협의회와 안성농민회는 12일 오전 9시 용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 방류수의 안성 유입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효양 안성시이통장협의회 회장과 이관호 안성농민회 회장, 전농 경기도연맹 윤필섭 부의장, 노한영 고삼이장단협의회장, 진범화 양성면이장협의회장, 허종욱 공도읍이장단협의회장, 윤종우·김성곤 안성농민회 부회장과 이호근·정공명·유재영·정택훈 농민 등 모두 11명이 참여했다.
정효양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반도체클러스터 자체 반대 아니다…용인의 사업은 용인에서 책임져라”
이들이 이날 가장 먼저 내놓은 요구는 명확했다.
“원수든 폐수든 안성 쪽으로 버리지 말라.”
기자회견문은 “용인에서 필요한 사업으로 썼으면 용인에서 해결하라”며 “용인에서 발생한 물은 용인에서 처리하라. 용인의 사업은 용인에서 책임져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문은 “우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용인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편익은 용인이 누리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물과 환경적 부담은 안성이 떠안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반도체산업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개발에 따른 편익과 환경부담이 행정구역을 경계로 불공정하게 배분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이들은 “왜 안성의 하천과 저수지가 용인 사업의 방류 통로가 되어야 합니까”, “왜 안성 농민들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때문에 수질과 농업 환경을 걱정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며 “원수도 폐수도 안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관호 회장 “안성시민 죽을 때까지 끝까지 반대”
이관호 안성농민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SK를 향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 회장은 “SK는 노태우 정권 때 특혜를 받아 대기업이 됐다. 국민과 상생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 폐수를 농업용 저수지에 방류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SK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안성시민은 죽을 때까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이 언급한 ‘전 세계에서 SK밖에 없다’는 주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 회장의 주장으로, 본지가 전 세계 반도체 사업장의 방류방식을 전수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14일 또 원수 방류계획…이번에는 안성시도 ‘보류 요청’
이번 기자회견은 SK하이닉스 측의 추가 공업용수 시운전 및 원수 방류가 예정된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는 14일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SK하이닉스) 공업용수 시운전 및 원수 방류계획’이 예정된 가운데 안성시는 방류 보류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안성농민회와 안성시이통장협의회가 이틀 앞선 12일 사업 소재지인 용인시청 정문까지 찾아가 “원수든 폐수든 안성 쪽으로 버리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현재 시운전에 사용되는 물이 실제 반도체 공정폐수가 아닌 공업용 원수라는 것과 별개로, 주민들이 향후 공장 가동 이후 처리수가 흐르게 될 방류계통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앞선 공업용수 시운전 당시에도 주민들은 고삼저수지 상류 한천에 들어가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수중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14일 예정된 추가 시운전과 원수 방류를 앞두고 안성시의 보류 요청과 주민·농민단체의 방류 불가 선언이 실제 시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SK도 당초 환경영향평가에서는 고삼저수지 피했다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고삼저수지 우회는 새롭게 등장한 대안도 아니다.
본지가 확보해 분석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SK하이닉스 환경영향평가 본협의 완료 자료를 보면, SK 측 역시 당초 고삼저수지로 처리수를 직접 유입시키지 않는 방안을 선택했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처리한 뒤 어디로 방류할 것인지 검토하면서 한천 상류로 방류하는 방안과 고삼저수지 하류로 바이패스하는 방안 등을 비교했다.
한천 상류로 방류하면 처리수가 고삼저수지로 유입된다.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이 방안에 대해 친환경농업 및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약 7.5㎞의 별도 관로를 설치해 고삼저수지를 거치지 않고 하류로 처리수를 보내는 바이패스 방안을 선정했다.
평가서에 명시된 선정 이유도 분명했다.
“고삼저수지 하류부로 BYPASS하여 고삼저수지 환경영향 원천 해소.”
즉 SK 측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당시에는 고삼저수지에 처리수를 유입시키지 않는 것이 환경영향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당초 환경영향평가에서 우회 대상으로 판단했던 고삼저수지로 물이 유입되는 방류계통이 현실화되고 있고, 실제 반도체 공정폐수 방류에 앞서 공업용수를 이용한 시운전까지 진행되고 있다.
안성 주민들이 계속해서 “왜 당초 바이패스 계획을 두고 고삼저수지로 보내느냐”고 묻는 이유다.
삼성은 용인 이동저수지·창리저수지 피해 가는데
여기에 본지가 삼성전자 국가산단 환경영향평가를 분석하면서 확인한 사실은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들어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처리수 방류지점을 결정하면서 용인에 있는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직접 고려했다.
평가서는
“최종 처리수에 대해서는 사업지구 하류부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창리저수지 말단부 위치한 화곡천으로 방류[화곡천(소)-완장천(지방)-진위천(지방)] 하는 것으로 계획함”
이라고 명시했다.
경기도 최대 규모 농업용 저수지인 이동저수지의 수질영향을 고려해 처리수가 저수지로 들어가지 않도록 했고, 최종 방류지점을 이동저수지보다 하류에 있는 창리저수지 말단부 화곡천으로 잡으면서 창리저수지 역시 처리수 통과경로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삼성과 SK 반도체공장은 모두 용인에 들어선다.
그런데 삼성은 용인에 있는 경기도 최대 규모 이동저수지는 물론 작은 농업용 저수지인 창리저수지까지 처리수 경로에서 피하도록 계획하면서, SK 처리수는 행정구역을 넘어 안성 농민들의 농업용수원인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나온 “용인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편익은 용인이 누리고 물과 환경적 부담은 안성이 떠안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추미애 지사도 이틀 전 ‘고삼저수지’ 직접 특정해 두 번째 행정지도
이번 용인시청 앞 기자회견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일 ‘두 번째 반도체 행정지도’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추 지사는 지난 7월 16일 첫 행정지도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정수 재사용 횟수를 높이는 등 물 사용량과 폐수 방류량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10일 두 번째 행정지도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안성 고삼저수지를 직접 특정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에 “기후환경에너지부에 안성 고삼저수지 방류 기준 등 환경영향평가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라고 지시했다.
또 기존 행정지도대로 공정수의 방류수량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기업에 요구한 사항과 기업이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한 모든 과정을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2021년 상생협의안에 따른 생태저류지 조성 공정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는지도 설명하고, 이 과정이 완료되기 전까지 방류하지 않을 것임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 지사는 순서까지 분명히 했다.
“1, 2번 조치 없이 주민 설득부터 시도한다면 어느 주민도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고삼저수지 방류 논란은 이제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앞서 방류량 최소화와 환경영향평가 강화, 기존 협의사항 이행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1월 청와대 1인 시위에서 8월 용인시청까지
안성지역의 고삼저수지 직방류 반대는 최근 시작된 것도 아니다.
안성농민회는 지난 1월 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안성시이통장협의회까지 참여했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는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폐수의 고삼저수지 직방류를 철회하고 당초 계획대로 바이패스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8월 3일에는 안성시내에서 이·통장과 농민을 비롯한 시민 500여 명이 트랙터 20여 대와 함께 약 3㎞를 행진하며 고삼저수지 방류와 송전선로, LNG발전소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당시 윤종군 국회의원과 안성시의회 의원 전원, 지역 농협 조합장 등도 참석하면서 고삼저수지 방류 문제가 농민단체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현안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줬다.
윤종군 의원은 당시 김보라 안성시장과 함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방류수와 송전선로 문제 등에 대한 안성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보라 시장 역시 앞서 반도체 공장으로 인한 전력·폐수·온실가스 등의 부담은 주변 도시가 함께 지면서 성과는 공장 소재지에 집중되는 것이 공정한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12일에는 안성 농민과 이·통장들이 행정구역을 넘어 사업 소재지인 용인시청 정문까지 찾아갔다.
“왜 안성의 하천과 저수지가 용인 사업의 방류 통로가 되어야 합니까.”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안성지역 반발이 이제 SK하이닉스를 넘어 사업 소재지인 용인시의 책임을 직접 묻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오는 14일 예정된 공업용수 시운전 및 원수 방류에 대해 안성시가 보류를 요구한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용인시, 경기도와 정부가 안성지역의 요구에 어떤 입장과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아래는 이날 안성시이통장협이회와 안성농민회가 용인시청 앞에서 밝히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요구를 한마디로 분명하게 밝힌다.
"원수든 폐수든 안성쪽으로 버리지 말라"!
이것이 우리의 첫번째 요구이다.
용인에서 필요한 사업으로 썼으면 용인에서 해결하라.
우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용인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편익은, 용인이 누리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물과 환경적 부담은, 안성이 떠 안는 방식에는 동의 할수 없다.
용인에서 발생한 물은 용인에서 처리하라.
용인의 사업은 용인에서 책임져라.
왜 안성의 하천과 저수지가 용인 사업의 방류 통로가 되어야 합니까.?
왜 안성 농민들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때문에 수질과 농업 환경을 걱정해야 합니까.? 원수도 폐수도 안 됩니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