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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반도체산업, “기술을 주문서와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 실증·인증·인력·정주가 완성하는 안성형 산업생태계

기사입력 2026-08-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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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수 전 오산대학교 교수/안성반도체포럼 회장

앞선 글에서 안성은 대형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 경쟁보다 장비·부품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단지에 어떤 기업과 기술을 담을 것인지가 첫 번째 과제라면, 두 번째 과제는 그 기술을 실제 주문과 고용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공장을 짓고 연구시설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산업생태계가 완성되지 않는다. 연구개발, 실증, 양산인증, 구매와 수주, 재투자가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

연구개발의 끝은 양산인증과 첫 구매

반도체 소부장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지점은 기술개발 자체보다 시장 진입이다. 성능이 좋은 장비와 부품을 개발해도 실제 생산라인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증을 받지 못하면 판매가 어렵다.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라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요기업의 시험과 인증은 까다롭고, 중소기업이 비용과 시간을 홀로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안성의 연구시설과 테스트베드는 장비를 갖춰 놓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제품 제작, 성능시험, 신뢰성 평가, 양산인증, 최초 구매, 반복 수주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돼야 한다. 대형 수요기업과 장비 기업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필요한 성능과 평가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고, 안성시는 기업·연구기관·수요기업을 연결하는 산업의 중개자가 돼야 한다.

성과도 시설 면적이나 이용 기업 수가 아니라 양산인증 품목 수, 첫 구매계약, 반복 수주액과 수출 증가로 평가해야 한다. 연구개발이 논문이나 시제품으로 끝나지 않고 주문서로 이어질 때 세금으로 조성한 지원시설도 제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의 주소보다 핵심 기능을 지켜야 한다

기업 유출 여부를 본사 주소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안성기업이 호남권이나 충청권의 고객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현지 서비스센터나 부품창고를 둘 수 있다. 그것은 철수가 아니라 시장 확대일 수 있다. 안성에는 본사와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핵심 제조 기능을 두고 다른 지역에는 고객지원과 유지보수 거점을 두는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안성이 지켜야 할 것은 법인 명패가 아니라 연구소, 핵심 생산시설, 기술 인력과 고급 일자리다. 기업이 이전을 검토한다면 산업용지, 전력과 용수, 인허가, 인력 확보 가운데 무엇이 원인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모든 기업에 같은 혜택을 주기보다 투자계획과 애로사항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기업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기업도 남는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교육생 숫자를 늘리는 막연한 반도체 일반교육보다 장비 설치와 유지보수, 정밀가공, 세정·연마, 품질관리, 공정데이터 분석, 장비 제어, 화학물질 관리와 산업안전처럼 기업이 실제로 요구하는 직무교육이 중요하다. 기업이 필요한 인원과 기술 수준을 먼저 제시하고 교육기관이 현장실습과 채용을 연계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설계, 품질·공정관리 분야의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는 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주거와 교통, 의료, 보육, 교육, 문화환경이 불편하면 청년 기술 인력은 안성에서 일하더라도 다른 도시에서 생활하거나 결국 떠난다. 산업단지와 함께 사람이 퇴근 후 살아갈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과 주민 신뢰가 산업의 속도를 높인다

반도체 소부장산업은 화학물질, 공업용수, 폐수와 산업폐기물, 물류차량 증가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주민의 걱정을 개발 반대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용 물질과 처리방식, 대기·수질 관리, 사고 대응체계를 사업 초기부터 공개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환경 감시와 안전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환경 관리를 철저히 하면 기업 활동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갈등과 사업 지연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의 성장과 주민의 안전이 함께 보장돼야 특화단지도 오래간다.

협약 숫자보다 실제 성과를 따져야 한다

안성 반도체 정책은 업무협약 금액이나 분양률보다 실제 집행된 투자액, 공장을 가동한 기업 수, 양산인증과 반복 수주, 수출, 기술직 일자리, 평균임금, 지역기업 간 거래로 평가해야 한다. 여러 부서에 흩어진 산업단지 조성, 기업지원, 인력양성, 교통과 정주 업무를 함께 다룰 전담체계도 필요하다. 추진 일정과 투자·고용·환경안전 현황을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한다면 정책의 책임성과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반도체 공장이 어느 지역에 들어설지는 안성시가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공장에 안성에서 만든 장비와 부품이 들어가도록 준비하는 일은 안성의 몫이다. 팹이 어디에 있든 안성기업의 수주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구조, 바로 그것이 안성 반도체산업이 가야 할 길이다.

채 수 전 오산대학교 교수/안성반도체포럼 회장



자치안성신문 (news6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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