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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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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밥집(63)

고향으로 돌아온 송영호 선생의 안성일기 237

기사입력 2026-09-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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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호 전 계성여자고등학교 교사

#1. 나흘간 아내와 둘이 참깨 500평을 낫으로 베어 묶고, 하우스로 옮기는 작업을 마쳤다.

갈무리를 끝내고 식당 주차장 야외 탁자에 앉아, 열무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며 땀을 식힌다.

식당 앞에 우뚝 서 있는 플라타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본다.

자유가 속박되었던 군 생활을 제외하면, 나는 늘 내가 머무는 곳에서 나름의 재미를 만들어갔다. 퇴직 후 고향 안성에서 짓는 농사도 그렇다.

혼자도 술을 즐기는데, 땀 흘린 뒤에 마시는 막걸리 맛은 그야말로 최고다.

달게 술을 넘기면서도, 오늘도 아내와 함께 일하면서 아내의 눈높이에 다 맞추지 못한 내 언행을 가만히 반성하게 된다.

아내의 말이 순하게 들리는 날이 오기는 올까.

#2. 첫사랑을 소환한다.

상길(78)이 형 그리고 후배 현주와 막걸리를 마시다 첫사랑 이야기가 나왔다.

상길이 형, **리 사셨던 **아저씨 알지?”

잘 알지

아저씨 큰딸 미선이랑 고2 때부터 군대 갈 때까지 연애를 했거든. 그러니 양가 부모가 다 알고 있었지. 대학생 때 방학에 집에 오면 미선이도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와 밥도 먹고 ()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며칠 앞두고, 우리 집에서 미선이랑 저녁을 먹고 명호형 오토바이에 미선이를 태우고 미선네 집에 갔는데. 마당에 계셨던 아버지가, “송군, 들어가 술 한잔 하세라고 하셔서 집으로 들어가 대청마루에 앉아 담근 술을 마시는데, ”송군 군대 간다고 들었는데. 제대를 해도 대학생 아닌가“ “엄마가 저 제대하면 결혼시켜 흑석동 학교 앞에 방 얻어 준다고 하셨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자네만 믿네.”라고 하시더라구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경기도 파주)에 배치되면 가족이나 친구가 면회를 오잖아. 엄마가 통닭을 싸가지고 면회를 오신거야.

그 당시는 통닭이 최고지

부대 정문에 있던 PX(매점)에서 엄마랑 얘기를 하고 있는데, 미선도 면회를 온 거야.

엄마는 미선이랑 시간을 보내라고 돈만 주고 가셨고. 애인이 면회 오면 하룻밤 외박을 할 수 있잖아. 부대 앞에 나가 술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미선이 표정이 예전 같지 않더라구. 그러더니 미선이가, “나 더 이상 면회 안 와. 다른 남자 생겼어.”라고 하더라구. 피끓는 나이에 미선이 생각만하고 지냈는데

휴가를 와서 사진이라도 보고 싶어 앨범을 꺼내 펼쳤는데,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을 미선이가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내 나이 45세 때(계성여고 교사 시절) 명동에서 첫사랑(국민학교 동창)을 만났다.

각각 서로의 인연을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고

미선이는 아직도 이쁘네

“(눈시울을 붉히며)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영호 너는 군대에 가 있었고. 고생하는 너한테 면회가서 작별을 통보한 게미안한 생각이 드는 거야

“(깔깔 웃으며) 내가 너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너의 현명한 결정이었어. 그런데 네가 날 (군 복무기간) 기다렸다면 분명 나는 너랑 결혼했을 거야. 그 젊은 나이에 군대 간 놈을 3년 가까이 왜 기다려. 제대하고 복학하니까 (영어교육)과 후배 여자애들에게 인기도 있었고. 날 따르는 후배들도 있었어. 교대 여학생하고 미팅을 통해 만나 애틋한 정도 나눴고 () 군대 가기 전까지는 네가 있어 미팅도 안 했잖아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다

우리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거야

#3. 형과 아우

“(한동네에 사는 형이 전화로) 지금 시간 돼? 낼부터 배를 따야 해서, 할아버지 산소 벌초하러 가려고. 바쁘면 나 혼자 할게

할 일은 있지만 같이 가야지유

내가 채비 다 준비했어. 지금 집 앞으로 나와

선산이 없어 할아버지 산소가 마을 공동묘지 끝자락에 있어 숲이 무성해 잔디도 안 자라 산소 모습이 초라하다.

“(잠시 쉬면서 내가 형에게) 할아버지 산소를 파묘 하면 어떨까?”

우리가 보고 자란 할아버진데. 우리 세대에는 관리하자고. 우리 죽고 나면 애들 몫이니까.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말을 또 한 번 실감했다.

송영호 전 계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자치안성신문 (news6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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