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성시민들에게 또다시 송전선로 건설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전력공사가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345kV 신탕정~신판교와 신청양~고덕 송전선로 건설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안성에는 용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신원주~동용인, 신중부~신용인, 북천안~신기흥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신규 2개 노선까지 더해지면 안성에서만 5개의 345kV 초고압 송전선로가 동시에 추진되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송전선로의 숫자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3개 노선이 안성 동부와 북부지역을 주로 관통한다면, 신탕정~신판교 송전선로는 공도읍·미양면·서운면·대덕면·양성면·원곡면·고삼면·보개면과 안성1·2·3동 등 11개 읍면동을 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안성의 상당수 지역이 기존 또는 신규 송전망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5개 노선의 준공 목표 시기가 2032년부터 2036년 사이에 집중돼 있어 향후 10년 동안 안성 곳곳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안성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안성은 이미 오랜 기간 수도권과 중부권 전력 공급을 위한 부담을 떠안아 왔다. 고삼면에는 765kV 신안성변전소가 있고, 양성면에는 345kV 서안성변전소가 있다. 여기에 154kV 변전소와 수백 기의 송전탑이 지역 곳곳에 설치돼 있다.
송전탑과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은 그동안 경관 훼손과 토지 이용 제한, 재산 가치 하락 등을 호소해 왔다. 전자파에 대한 불안과 건강권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용인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한다며 3개 송전선로를 추진하고, 여기에 수도권 전력 공급을 이유로 2개 노선까지 추가하려 하고 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시설이 사용할 전력을 보내기 위한 부담을 안성시민들이 반복해서 떠안아야 하는가.
국가 전력망 확충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국가 핵심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지역에 희생을 반복해서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전력의 혜택은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시설이 누리면서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인한 부담은 경유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된다면, 이를 공정한 에너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안성시민들은 이미 송전선로 추가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2개 노선을 추가한다면, 한전과 정부가 안성지역의 누적된 부담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전과 정부가 답해야 한다.
왜 5개 송전선로가 안성을 중첩해 관통해야 하는가. 다른 대안 노선은 충분히 검토했는가. 기존 송전시설까지 포함한 안성지역의 누적 부담과 피해는 어떻게 평가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중화와 노선 변경을 포함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각각의 송전선로를 별개의 사업으로 떼어 판단해서도 안 된다.
안성지역에 이미 설치된 변전소와 송전탑, 기존 송전선로에 앞으로 건설하려는 5개 노선까지 모두 포함해 지역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안성은 대한민국의 전력 통로이기 전에 20만 시민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국가산업 발전도 중요하고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정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안성시민들에게 더 이상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한전과 정부는 5개 송전선로 건설계획을 단순히 개별 사업의 필요성만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안성지역의 누적 부담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 전력망을 추진하는 데 앞서 지역 주민의 삶을 살피는 것, 그것이 정부와 공기업이 주민들에게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